Arts-based research as a valid method for mathematics education research: Fiction writing applied to an activity of designing educative curriculum materials

Research Article
서 희주  Heejoo Suh1*

Abstract

A research field develops by experiencing several turns of paradigms. Mathematics education research have experienced those turns as well. Still, the dominant perspective is that mathematics education research should be scientific and objective. In this article, I suggest that this need not to be the prime rule to follow and that the mathematics education field will fertile by discussing extraordinary cases which may seem controversal to be recognized as valid research work. To this end, I first briefly describe the necessity of open discussions among researchers for a field to develop. Then, I introduce fiction writing, a resesarch method derived from arts-based research, as an extraordinary case for open discussions. The benefit of Arts-based research is on that it takes an holistic approach to how we know by embracing emotion and emphathy as means for knowing. Because of this trait, arts-based research holds a powerful potential for influencing a wide range of people, both inside and outside of the resesarch field. Following this, I present a fiction about a prospective teacher who participated in an activity for designing educative curriculum materials. By doing so, I sought to provoke discussions among mathematics education researchers about what to include as a valid research work, possible standards for reviewing arts-based resesarch.

Keyword



서론

수학교육학을 포함한 교육학은 그 초기 발생 단계에서 심리학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Stinson & Walshaw, 2017). 이에 따라, 교육학 연구를 사회과학(social science)의 일부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는 연구의 설계와 수행 및 공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풍토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과학적인 접근법을 활용한 연구만이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과학은 인간이 앎에 도달하는 한 가지 방식일 뿐, 과학만이 앎을 주지는 않는다(Feyerabend, 1993; Lvi-Strauss, 1966). 일례로, 우리는 공감을 통해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감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과학적이어야한다는 관점 하에 공감은 오랫동안 학술적 글쓰기에서 배제되어 왔다. 예술기반 연구는 이에 착안하여, 과학 외의 방식으로도 연구가 가능함을 보여준다(de Freitas, 2003; McNiff, 2018). 실제로 그간 여러 학자들이 예술을 수학교육연구에 접목하고자 하였다.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and mathematics)교육을 통해 수학과 예술을 접목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법에 대한 고찰(Chen & Raley, 2013; Lee, 2017; Lee, 2022)이 그 일례이다. 특히 Chen과 Raley (2013)는 수학 소설 쓰기가 학생들의 수학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수학교육 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예술적 영감을 기반으로 한 그림을 활용하거나(Bakker et al., 2021), 초임 수학 교사에 관한 소설적 글을 통해 수학의 비중립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de Freitas, 2004).

이처럼, 예술을 통해 수학교육연구의 발전을 가져오고자 한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이 과학적인 접근을 우선시하며 예술기반 연구를 생소하게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고는 예술기반 연구 기법에 대해 소개하고, 이 연구 기법을 우리나라 수학교육연구에 도입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예술기반 연구 기법 중 하나인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활용하여 수행한 연구를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소설적 글쓰기 기법, 더 넓게는 예술기반 연구가 수학교육연구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본고는 예술기반 연구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본고의 목적은 소설 쓰기 기법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에 있다기 보다는, 소설 쓰기 기법을 통해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학계 내부의 논의를 촉진시킴으로써 우리나라 수학교육연구의 발달에 기여하는 데에 있다. 학문의 발달은 선형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괴물과도 같은 변칙사례가 등장하였을 때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 논의하면서 이루어지기도 한다(Lakatos, 1976a). 본고는 과학적이거나 객관적이기를 신경 쓰지 않는 소설 쓰기 기법을 소개함으로써 수학교육연구에 일종의 변칙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학계가 이 변칙사례의 처분을 논의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즉, 본고는 라카토스적으로 말하자면 완성 단계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발생 과정 중인 것이며 이것의 완성은 학계 내부의 논의를 통해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먼저 학문의 발달에 대한 기존 관점을 살펴보고, 소설 쓰기 기법에 대해 소개한 뒤 이 기법을 적용한 연구의 과정 및 결과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본고에 관한 여러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논의의 지평을 넓힌다.

이론적 배경

학문의 발달

Lakatos는 학문이 선형적 축적으로 발달하기 보다는 변칙사례(anomaly)의 등장과 대응을 통해 발달한다고 보았다(Lakatos, 1976a). 이러한 관점은 Lakatos가 수학의 발달을 증명과 반박으로 본 것과 유사한 점이 있다(Lakatos, 1976b). 수학의 발달에 대해 Lakatos는 기존의 절대주의적 수리철학과는 달리, 수학적 정리가 한 번 증명되면 최종적인 참이라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였다(An et al., 2010; Lee, 2013). 증명이 수학의 중요한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는 증명을 통해 진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는 아니며, 추측과 증명을 반박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참인 정리의 축적이 아닌, 반박을 통한 성장과 변혁이 수학의 발달을 이끈다고 본 것이다(Kang, 2004; Park, 2009). Lakatos는 어떠한 추측에 대해 반례가 등장했을 때 대응하는 방식도 소개하였다(Jung et al., 2013). 예를 들어, 추측을 부분 추측들로 나눈 뒤 반례의 발생을 유발한 부분 추측을 원래 추측과 합체할 수 있다. 아니면, 반례가 나타날 때마다 예외 조항을 추가하여 반례를 빼고는 추측이 성립하도록 할 수도 있다. 혹은 추측은 옳으며 수정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반례가 괴물과도 같은 이상한 것이기 때문에 배제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반례를 수용하고 원래의 추측을 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Lakatos는 괴물을 배제하는 방법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고 보았다. 추측의 개선을 유도하지 않기 때문이다(You & Lee, 2008).

Lakatos (1976a)는 수학 뿐 아니라 다른 학문의 발달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먼저, Lakatos는 연구를 설명하는 기본 단위로 연구 프로그램(research programme)을 제시한다. 연구 프로그램은 역사적으로 연결된 이론의 집합으로, 견고한 핵(hard core), 보호대(protective belt), 발견법(heuristic)로 구성되어 있다(Kim, 2011; Kim, 1992). 견고한 핵은 그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연구자들이 받아들이는 주요 가설과 믿음의 모음이다. 견고한 핵은 프로그램을 정의하는 특징이기 때문에 반증(falsification)으로부터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견고한 핵의 수정은 곧 그 프로그램을 버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Inglis & Foster, 2018). 연구 프로그램은 끊임 없이 변칙사례를 접하며 성장한다. 만일 연구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고 있다면 연구자들은 변칙사례를 그저 그대로 두고 나중에 다루기로 할 수 있다.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변칙사례를 당장 고려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변칙사례를 다루어야 할 상황이라면 보호대를 활용한다. 보호대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보조 가설(auxiliary hypotheses)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보조가설은 견고한 핵이 반증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 견고한 핵과는 달리, 보호대는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버릴 수 있다. 그럼으로써 견고한 핵이 살아남아 프로그램이 영속할 수 있게 한다(Inglis & Foster, 2018). 발견술은 그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연구자들이 발전을 이루기 위해 쓰는 방법과 문제해결의 기술을 의미한다. 인지심리학 연구 프로그램의 견고한 핵에는 정보처리사 순간적으로 일어난다는 가설이 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서 응답 시간은 중요한 발견법인 것이다(Inglis & Foster, 2018). Inglis와 Foster (2018)는 Lakatos의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수학교육학에 적용하였다. 이들은 구성주의 연구 프로그램이 수학교육연구에 널리 활용되던 시기에 주목하였다. 이 때에 사회적 전환(social turn)으로의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면서 사회문화적 연구 프로그램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사회문화적 연구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주창하던 연구자들은 구성주의 연구 프로그램의 한계를 설명하기 위해 괴물과도 같은 변칙사례를 제시하였다. 당연하게도, 구성주의 연구 프로그램을 활용하던 연구자들은 구성주의를 버리지 않았다. 대신 구성주의의 견고한 핵을 유지하기 위해 보호대를 조정하며 여러 변칙사례에 대응했다. 이로 인해 구성주의에 관한 논의가 풍성해졌음은 물론이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는 변칙사례는 결코 연구 프로그램 사망의 원인이 아니다. 연구 프로그램의 사망은 연구자들이 변칙사례에 대응하기를 멈추고 다른 연구 프로그램을 찾아 떠나갈 때, 혹은 변칙사례가 없더라도 그 연구 프로그램이 더이상 새로운 지식 생산에 기여하지 못할 때 온다(Inglis & Foster, 2018).

수학교육학계에는 구성주의와 사회문화적 연구 프로그램 외에도 여러 연구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몇 차례 큰 전환을 겪으며 발달해왔다. 일례로, 서구 영어권 수학교육학계는 그 발달 과정을 네 개의 탐구적 패러다임(paradigm of inquiry)으로 정리하기도 한다(Table 1 참조).

Table 1. Mapping moments of mathematics education research to paradigms of inquiry (Stinson and Walshaw (2017), p. 133. Note is as in the origial source.)

http://dam.zipot.com:8080/sites/JKSMEA/images/JKSMEA_2022_11_02_image/Table_JKSMEA_61_04_02_T1.png

Note . * Indicates the term most commonly used;< or> indicates cross-paradigm movement. The BREAK in the original Lather and St. Pierre table indicated a shift from the Enlightenment humanist paradigms on the left to the post-Enlightenment, posthumanist paradigm on the right. Here it indicates a hybrid, inbetween space where the resesarcher might adopt a critical postmodern theoretical tradition (see Stionson & Bullock, 2012, 2015). Paradigms of inquiry adapted from table by P. A. Lather and B. St. Pierre, 2005, found in “Paradigm Proliferation as a Good Thing to Think With: Teaching Research in Education as a Wild Profusion,” by P. A. Lather, 2006, International Journal of Qualitative Studies in Education , 19 (1), p. 37.

Stinson과 Walshaw (2017)가 제시한 수학교육학연구의 네 가지 탐구적 패러다임은 Lather (2006)의 교육학연구 탐구적 패러다임을 참조하여 만들어졌다. 이들에 의하면, 수학교육학의 매우 초기에는 연구를 통해 예측(predict)하고자 하였고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실증주의(positivism)적인 접근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980년대즈음부터는 이해(understand)를 연구의 목적으로 삼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회학과 발달심리학의 적용이 활발해졌다. 사회적 전환 시기에는 사고가 사회적 활동이라는 관점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연구의 목적은 맥락을 충분히 고려한 이해 혹은 해방(emancipate)이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해방과 해체(deconstruct)가 연구의 목적으로 부상하게 되면서 사회정치적 전환(sociopolitical turn)을 맞게 되었다. 각각의 탐구적 패러다임은 사실과 확실성 및 논리적 일관성에 대해 그 패러다임만의 가설을 기저에 깔고 있다(Stinson & Walshaw, 2017).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가 선택한 탐구적 패러다임을 벗어나서 행해지는 비판은 탐구적 패러다임에 관한 논의의 차원에서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개별 연구의 질을 판별하는 잣대로는 상당히 부적절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위 표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 네 가지 연구적 패러다임은 서구 수학교육학계에서 그 당대를 풍미했던 것들을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며, 실제로는 여러 연구적 패러다임이 공존한다. 즉, 2000년도 이후라고 하여 해방하고 해체하는 연구만 수행된 것이 아니라, 예측하고 이해하기 위한 연구도 수행되었다. 또, 이 구분은 서구의 수학교육학계 기준이므로 다른 지역 혹은 연구적 문화권에 똑같이 적용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표를 소개하는 이유는 연구의 목적은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국제평가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현상을 이해하고자 한 논문이 있다고 하자. 누군가는 이 논문에 대해, 저자가 설문 응답자 개개인이 누구인지 모르며 그들의 삶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설문을 통해 투박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이 논문이 연구를 위해 선택한 탐구적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비판에 가까우며, 해당 탐구적 패러다임 내에서 이 논문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정보도 주고 있지 않다. 또, 이 연구가 맥락성을 상당히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은 설문과 통계적 기법을 활용한 모든 연구를 부정할만큼 치명적일 수는 없다. 설문과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야 효과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이 기법의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하므로 이 기법의 활용을 금지해야 할 명분은 없다. 마찬가지로, 한 무리의 저소득층 학생들의 해방을 목적으로 이들과 함께 지내며 수행한 민속지학 연구가 있다고 하자. 이에 대해 지나치게 특수한 맥락에서 행해진 연구이기에 일반화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러 층위의 맥락을 섬세하게 살피는 접근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답할 수 있는 종류의 질문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비판은 절대로 민속지학 연구 전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제 소설적 글쓰기 기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소설적 글쓰기 기법은 그 기법의 이름에서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 기법은 전혀 객관적이고 싶어 하지 않고, 그러한 의사를 “소설”이라는 단어를 통해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삼각 검증법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객관성을 보증할 수 없다거나 저자가 한 명이므로 연구가 주관적이라는 비판은 절대로 정당할 수가 없다. 이제 문제는, 과연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활용한 연구를 학계가 받아들여야 하는가이다. 만일 소설적 글쓰기 기법이 그 비객관성에도 불구하고 학계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하다면 굳이 괴물 취급하며 배제해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연구를 위한 도구의 다양화를 기피하고 일원성을 추구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de Freitas et al., 2017; Fennema & Hart, 1994; Gutiérrez, 2013). 오히려, 도구의 다양화가 학계의 발전에 유리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최소한 소설적 글쓰기 기법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마땅하다. 이것은 다소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수학교육연구라는 거대한 프로그램의 보호대를 조정하는 작업을 요구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연구 프로그램은 변칙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그 보호대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 마치 수학이 반례에 대응하기 위해 추측과 증명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더 성장하였듯이 말이다. 수학교육학 또한 연구의 범위에 무엇을 포함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하에서는 소설적 글쓰기 기법에 대해 소개한다.

소설적 글쓰기 기법

소설적 글쓰기 기법은 예술기반 연구의 한 기법이다. 예술기반 연구는 연구자가 홀로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예술을 만드는 데에 참여하는 것을 가장 주요한 탐구 방식으로 삼는 탐구의 과정을 이른다(McNiff, 2018). 여기서 예술은 가장 열린 의미의 예술을 뜻하며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예술기반 연구의 옹호자들은 연구가 곧 과학인 것은 아니며 과학이 연구의 한 종류라고 주장한다(Eisner, 1997; McNiff, 2018). 그렇기 때문에 과학적 타당도(validity)는 연구의 신뢰성(trustworthiness)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일 뿐이다. 이들은 신뢰성 있는 연구는 유용하고 영향력이 있으며 설득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예술기반 연구를 통해 신뢰성 있는 연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McNiff, 2018). 논문의 형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데, 서론, 연구 방법, 결과, 논의로 이어지는 논문 형식은 연구가 과학적이어야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도출된 것이므로 예술기반 연구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McNiff, 2018). 이들은 예술작품이 청중들을 끌어들이며 그들의 공감을 얻어낸다는 것에 주목하며 예술적 형식을 빌어 연구를 한다면 폭넓은 공감과 설득을 기반으로 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de Freitas, 2003; Eisner, 2008; Kang, 2009; Leavy, 2016). 이는 연구의 결과가 지시적인 닫힌 체계가 아니며 반응과 이해의 가능성까지도 포함하고 있음에 대한 인지를 보여준다(Youngchun & Heeyong, 2008). 초반에는 여러 교육학 연구자들이 예술기반 연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였으나 현재는 미국 기반의 학회인 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에 arts-based educational research가 special interest group으로 있을 정도로 점차 교육학 연구를 위해 활용 가능한 하나의 접근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술기반 연구에서의 글쓰기는 소설적 글쓰기뿐 아니라 시, 연극 등도 포함한다. 예술적 글쓰기는 기존 글쓰기가 가진 한계를 초월한다. 전통적인 연구에서의 글쓰기는 객관성을 추구하지만,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과 문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완전한 객관성에 도달할 수 없다. 즉, 어떠한 실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이다. 예술적 글쓰기는 가치중립성을 표방하는 실증주의적 글쓰기의 좋은 대안일 수 있다(Kim & Lee, 2013). 가치중립적이며 명제적인 언어로는 담아낼 수 없지만 분명 우리 삶의 일부를 이루는 종류의 경험을 예술적 글쓰기를 통해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Kang, 2009; Kim & Lee, 2013; Leavy, 2016). 예술적 글쓰기를 할 때 연구자는 객관적인 척 연구와 거리를 두기보다는 오히려 자기반성과 성찰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Lather, 1991; McNiff, 2018). 전통적인 연구가 연구자를 연구 수행 과정에서 소외시켰다면, 객관의 허구성을 인정하고 성찰을 강조하는 접근은 연구자를 전인적 존재로 인정하며 더 이상 소외시키지 않는다(Kang, 2009).

소설적 글쓰기 기법은 다양한 비유나 상징 등의 문학적 표현 기법을 사용하고 등장 인물의 생각에 접근할 수 있게 해 독자에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한다(Kim & Lee, 2013; Leavy, 2012). 소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분명 허구이지만, 소설적 글쓰기 기법의 활용을 주창하는 연구자들은 소설이 오직 부분적으로만 허구임에 주목한다(Leavy, 2012). 이는 소설이 근본적으로 실세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소설이 실세계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독자들은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적용한 연구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현실세계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de Freitas, 2003; Kim & Lee, 2013). 공감이야말로 소설적 글쓰기 기법이 가지고 있는 굉장한 강점인데, 이를 통해 지성과 감성을 연결하고 인지적 방식의 앎과 비인지적 방식의 앎을 융합하며 사실과 허구를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의 기저를 흔들 수 있다(Leavy, 2016; McNiff, 2018). 그렇기 때문에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적용한 연구의 결과(findings)는 일반적인 연구 논문의 결과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게 모든 것을 드러내어 설명하는 보통의 논문과는 달리, 소설적 글쓰기 기법은 독자가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소설적 글쓰기를 위한 자료(data)는 면담이나 문헌 조사 등 전통적인 자료 수집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기도 하지만 연구자의 삶에서부터 오는 경험 또한 자료로 활용한다. 따라서 연구자는 가시적인 자료의 수집 과정 없이도 소설적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며 자료의 분석 역시도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글을 쓰는 과정 자체에 녹아 있게 된다(de Freitas, 2003; Leavy, 2016).

연구의 배경

본 장에서는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적용함에 있어 영향을 미친 배경적 요인들에 대해 다룬다. 먼저, 연구자는 학부 때 수강했던 교육사회학 과목에서 여러 비판 이론들을 접하면서 교육학에 매료되었다. 석사 및 박사 학위를 하면서 교육에서의 평등성과 사회 정의, 교육학에서의 비판적 민속지학 연구, 교육학에서의 비판적 인종 이론 등에 관한 강의를 들었고 비판적 읽기 소모임에 참여하는 등 중심보다는 주변, 변두리에 관심을 두었다. 그렇게 변두리를 탐색하던 중, 절대 변두리에 있어서는 안되는 대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쩌면 국내에서 더욱, 교사 전문성에 대한 사회 공동체의 인식이 부족하고 때때로 이러한 인식의 부족이 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마땅한 교사 및 그들이 발휘하는 전문성을 변두리로 밀어내는 현상을 관찰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교사 전문성에 대한 사회 전체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교사 스스로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성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 하에 교사 전문성 증진을 위한 방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교육적 교육과정 자료(educative curriculum material; Davis et al., 2017)에 주목하게 되었다. 여기서 교육과정 자료란 교과서, 지도서, 부가 자료 등 흔히 교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포괄적으로 이른다. 교육적 교육과정 자료는 학생의 학습 뿐 아니라 교사 교육까지도 고려하여 개발한 자료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료는 독자 교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는 저자의 의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거나, 수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여러 옵션을 제시하고, 이전에 해당 활동을 해본 적 있는 교사의 경험담을 싣는 등의 방법이 있다(Davis et al., 2017). 교육과정 자료는 광범위하게 유통되며 현장에서의 교육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구로 인식된 역사가 있으므로 연구자는 자연스럽게 교육적 교육과정 자료에 주목하게 되었다(Cho & Kim, 2021; Stein & Kim, 2009; Suh et al., 2019).

변두리에 대한 연구자의 관심은 연구자가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이제서야)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 방법을 질적 연구 방법과 양적 연구 방법으로 이분한다면 질적 연구 방법을 더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 켠에는 이러한 이분 외의 다른 방식의 분류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였고 어떤 방법을 활용하든지 간에 연구자 본인의 관점과 삶을 온전히 담아 울림 있는 연구를 해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연구자는 이런 속내와는 달리 실제 연구를 할 때는 질적 연구 중에서도 비교적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개방코딩에 많이 의존하였다. 왜냐하면, 개방코딩의 훌륭함과는 별개로, 여타의 실험적인 기법을 활용하면서도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에 무리 없게끔 논문을 꾸려낼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와중에 연구 실적은 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는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이 이상의 유예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기 어렵다는 인식 하에 본고의 작성에 착수하였다. 이는 일찍이 변두리를 탐색했던 선배 연구자, 그리고 변두리의 탐색을 아직은 주저하고 있는 동료 및 후배 연구자와의 간접적이고 느슨한 연대이기도 하다.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적용하면서 연구자는 이 기법의 장점을 살린 글을 생산하고자 하였다. 즉, 학자가 아니어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논문에 비해 담고 있는 정보의 양을 덜어내고 가볍게 갈 수 밖에 없었다. 가벼운 글이 광범위한 독자에게 주는 공감이 교사 전문성 및 이에 대한 인식 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변화를 당장에 불러오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원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형태의 논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벼운 글이 갖는 힘에 대해 논의할 적기임을 학계가 공감하기를 바랐다. 기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본고가 연구의 결과로 제시하는 소설은 소위 과학적 혹은 객관적이지 않다. 또, 본고는 이렇다 할 연구 방법이 없으며 다만 연구자의 자기반성을 연구의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가? 설사 이러한 글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왜 동의하기 어려운지 공개적으로 논의하면서 학계의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럼으로써 우리 학계에서 연구 목적 및 방법에 대한 논의의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

소설의 작성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것은 본 연구자의 연구에 참여한 예비 교사와의 면담이었다. 이 참여자는 교육적 지도서에 관한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면담을 실시했던 당시 교생 실습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으며, 수학 교육과 컴퓨터 교육을 복수 전공하고 있었다. 연구자는 참여자와 함께 LECR(write an initial Lesson plan, design Educative Curriculum materials, and Revise the initial lesson plan)활동을 수행하였다(Figure 1 참조). 지도서의 교육적 개선은 선행 연구가 제시한 일곱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Fuentes & Ma, 2018; Suh, 2022). 일곱 가지 영역은 교수를 위한 수학 내용학적 지식, 학생의 수학적 사고에 관한 교사 지식, 수학 교과적 담화를 위한 교사 지식, 수학 평가를 위한 교사 지식, 수학 차별화를 위한 교사 지식, 수학에서의 공학적 도구 활용에 관한 교사 지식, 수학적 공동체에 관한 교사 지식의 숙달로, 수학과의 교육적 교육과정 자료는 이와 같은 일곱 가지 영역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http://dam.zipot.com:8080/sites/JKSMEA/images/JKSMEA_2022_11_02_image/Fig_JKSMEA_61_04_02_F1.png

Figure 1. An outline of LECR activity

수학 내용은 참여자의 의사를 반영해 확률과 통계로 정하였다. 고등학교 확률과 통계 지도서의 내용 중 학급 구성원의 키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프레드 시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모평균과 표본평균을 구하는 활동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지도서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 상 정보처리 역량과 의사소통 역량의 증진을 두루 연습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 것이 해당 활동 선택의 주요 이유였다. 참여자는 연구자와 3주 내외의 간격으로 화상 회의를 하였다. 화상 회의에서는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되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에 더하여, 수업지도안 및 교육적 지도서의 개발 의도와 개발 과정에서의 부침 등에 관한 논의를 하였다. 이후 연구자는 소설 초고를 참여자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받아 소설의 퇴고에 참조하였다. 연구자는 생명윤리심의를 통과한 연구참여동의서에 제시한대로 참여자에게 소설 검토를 포함한 전체 연구 참여에 대해 소정의 금전적 보상을 하였다. 다음 장에서는 연구의 결과로 소설을 제시한다. 소설 작성에 영감을 준 면담 내용 일부 및 연구자와 참여자가 함께 교육적으로 재개선한 지도서 일부는 본고의 부록으로 제시하였다(Appendix 참조).

모험이 우리를 인도하는 끝에는

1장

- [은백냥이]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 [풍한량] 수고 많았으요~~

- [소풍가자] 풍님은 별로 한 것도 없잖아요 ㅋㅋㅋ

- [짬타스] 아이템 분배는 나중에 정리해서 쪽지로 보낼게요

- [풍한량] 소풍쨔응 내게 너무 차가워…

- [은백냥이] 풍님은 원래…해…행운의 상징 같은…그…그런 존재이니 괜찮아요!

- [짬타스] ㅋㅋㅋㅋㅋㅋ

- [소풍가자] ㅋㅋㅋㅋㅋㅋㅋ이게 맞다ㅋㅋㅋㅋㅋ

유진은 풍한량님을 옹호하는 것인지 에둘러 놀리는 것인지 불분명한 채팅을 남기고는 다른 길드원들이 웃는 모습을 보며 기지개를 켰다. 길드원과 함께 던전을 돌고 나서 마무리 담소를 나누는 이 시간을 유진은 특히 좋아했다. 처음에는 코로나 시국에 밖에 돌아다니기도 마땅치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마이비기였다. 마이비기는 MMORPG게임으로, 온라인 세상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조종할 수 있다. 이용자는 괴물을 잡거나 악기를 배우고 퀘스트를 수행하며 마을 주민들의 문제해결을 도와주는 등 모험과 생활을 두루 즐길 수 있다. 수학교육과 동기의 추천으로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기는 대수학 중간고사 점수에 큰 충격을 먹고 게임을 접어버렸다. 마이비기의 세상에 혼자 남겨진 유진, 아니 은백냥이는 어느 날 마을 근교에서 평화롭게 약초나 채집하다가 선제공격형 괴물인 통닭백사의 표적이 되어 그만 죽고 말았다. 원래같았으면 동기가 통닭백사는 호전적이니 피해다니라고 알려줬을텐데, 정보원이 없었던 게 패착이었다. 그 때 은백냥이를 살려준 사람이 바로 짬타스였다. 의상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던 짬타스는 통닭백사를 가볍게 제압하고는 “부활?”이라며 짧게 은백냥이의 의사를 확인한 뒤 곧바로 부활시켜줌과 동시에 거래를 걸어 아직 은백냥이의 실력으로 구하기 어려운 각종 아이템을 채팅 한 마디 없이 잔뜩 넘겨주었다. 연신 고마움을 표하는 은백냥이에게 짬타스는 본인이 소속된 길드 오키즈의 본거지 위치를 알려주며 생각있으면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는 사라졌다. 그렇게 찾아간 오키즈 본거지 한 켠에는 길드의 규칙이 써있었다. 반말 모드 가능, 존대 모드 가능, 나이나 직업 등 개인 신상 캐기 금지, 친목 가능, 친목 강요 금지, 닉네임 변경 제한 없음, 정치질 및 분탕질 금지 등등. 다른 길드에 비하면 규칙의 목록도 길지 않았고 그 내용도 은백냥이가 수긍 가능한 것들이었다. 규칙이라고 써있는 것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상 일반적인 길드에서 통용되는 규칙을 해체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본질에 가까워보였다. 가입을 하고 보니, 오키즈는 길드원이 제법 많은 편이었지만 운영은 상당히 느슨했다. 다른 길드처럼 주기적인 접속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길드장 개인의 영광을 위해 길드원을 전투에 동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편할 때 접속하면 됐고, 접속해서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으며, 각자 누군가 필요할 때나 길드 채팅을 통해 함께할 길드원을 모집하는 정도였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길드장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길드를 탈퇴하기도 했는데, 전체적으로 꽤나 큰 길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런 느슨함을 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었다. 오늘 같은 경우도 소풍가자님이 게임 진행을 위해 이 던전을 꼭 깨야하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니 함께 해 줄 길드원을 모집하여 모이게 된 것이다. 은백냥이는 소풍가자님과 교류한 적은 없었지만 마침 그 던전 근처에 있던 차라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을 뿐이었다. 아이템 등 보상은 어디까지나 참여 여부 결정의 부차적인 요소였다. 그보다는, 함께 던전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은백냥이는 만족했다.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워 유진은 이틀 전 휴대폰 메모장에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열어보았다. 마지막 기말 과제를 제출한 뒤 해방감에 작성한 리스트에는 마이비기 레벨 올리기와 같이 학업과 무관해보이는 목표도 있었고 질 좋은 수업지도안 작성하기와 같이 유진의 본업에 충실한 목표도 있었다. 아무래도 다음 학기에 교생실습이 예정되어있어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이었다. 또, 교사가 되어 학교 현장에 나가면 이러저러한 일들로 바쁠 것 같기에 지금 학부생일 때 교사로서의 역량을 많이 키워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사범대학에서 수학교육과 관련된 여러 강의를 들으며 과제로 지도안을 작성해 본 경험이 있었으므로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다. 조만간 도서관에 들러야겠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유진은 잠에 들었다.

2장

‘난 쓰레기야.’

유진의 자신감은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

‘식량자원이나 축내고 이산화탄소나 만들면서 환경 오염에 동참하는 거 말고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있긴 한가.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하등 도움되지 않는 쓰레기. 탄소 저감 정책에 방해만 되는, 재활용 불가 매립용 쓰레기. 그게 바로 나.’

유진으로 하여금 며칠 째 식음은 물론이거니와 마이비기까지도 전폐하다시피하며 좌절하게 만든 것은 수학과교재연구 과목이었다. 유진은 기말페이퍼로 엑셀을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모평균을 추정하는 활동의 수업지도안을 작성해서 제출하였다. 이 활동은 한 확률과 통계 교과서에서 가져온 것으로, 분명 그 지도서의 내용을 십분 활용하여 제대로 충실히 작성했다고 생각했다. 교수님이 반드시 만점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공을 많이 들였다. 그런데 성적이 기대에 너무 못미쳤다. 잘못 입력된 것은 아닐까하는 작은 기대를 안고 사이버캠퍼스에 접속해 확인한 교수님의 코멘트는 그 성적이 틀림 없이 유진의 성적이 맞다고 말하고 있었다. 유진이 작성한 수업지도안은, 교수님에 의하면, 학생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현장에서 이 지도안을 활용한다고 생각해보았을 때, 지도안이 지침이나 안내를 제시하기보다는 교사 개인의 역량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정보처리 역량과 의사소통 역량을 증진하고자 한다고 하였지만 두 역량의 증진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을만한 내용이 부족하였다. 수업 목표의 구체성이 떨어져 다른 교사가 이 지도안을 활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애초에 구상했던 수업이 아닌, 다른 수업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분명 지도서 내용 다 참고해서 반영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유진은 화가 치밀었다. 교수님의 코멘트를 온전히 소화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게 유진을 무척 불안하게 했다. 물론 해당 학점은 이전에 다른 과목에서도 받아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저학년일 때이고, 지금은 무려 교생실습을 앞둔, 고학년이지 않은가! 게다가 이 지도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유진이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최선을 다 해 작성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선의 결과가 고작 이거라니. 유진은 평균 학점으로 눈을 돌렸다. 특별히 낮지도, 그렇다고 특출나게 높지도 않은 숫자를 보니 자괴감이 차올랐다.

‘교사다운 자질이 애초에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교수님들, 아예 낮은 학점을 줘서 쫓아내주시지 그러셨어요. 왜 애매한 학점을 주셔서 헛된 희망을 갖게 하셨나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 채 유진은 속앓이를 했다. 교사가 아닌 다른 미래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던 유진이었다.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한 번 들기 시작하니 그 사고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어딘가 독화살을 맞은 것도 같았다. 바닥에 누워 가만히 숨을 죽였다. 작은 소리조차 낼 수 없는 밤들이 허무맹랑하게 쌓여갔다. 온통 깜깜했다.

3장

불현듯, 유진은 일어나 컴퓨터 전원을 누르고는 모니터의 빛을 한동안 응시했다. 본능이었을까. 마이비기의 겨울방학 이벤트 관련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동안 불닭맛 컵라면에 즉석밥까지 말아 흡입하듯이 삼켜내고는 자리에 앉았다. 접속해보니 짬타스로부터 쪽지가 와있었다.

-냥은찡, 잘 있지요? 이번 이벤트에서 주는 모자 냥은찡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하나 챙겨놨어. 편할 때 알려주면 넘겨줄게~

오랜만에 마주한 타인과의 교류에 유진은 왠지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짬타스] !!!!!!!!!!!!

유진의 접속을 확인한 짬타스의 채팅에 유진은 그대로 눈물을 터뜨렸다.

- [은백냥이] 타씅 ㅠㅠㅠㅠㅠㅠ

- [짬타스] ㅠㅠㅠㅠ 왜 울어 ㅠㅠㅠㅠ 괜찮은 거지? ㅠㅠㅠㅠㅠ

- [은백냥이] 타씅,,, 나 고민상담이 필요해ㅠㅠㅠㅠ

유진은 자신이 사범대학 수학교육과에 다니고 있다는 것, 교사가 자신의 천직이라 생각하며 지내왔던 것, 그리고 최근 자신을 좌절하게 만든 일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 [짬타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마음 고생 많았겠네 우리 냥은찡.

잠자코 듣고 있던 짬타스가 은백냥이를 위로했다. 짬타스와 이야기를 나누며 유진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지나치리만큼 좌절했던 지난 며칠이 점차 낯설게 느껴졌다. 물론 짬타스가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을 표해주는 것만으로 유진의 마음은 한 결 가벼워졌다.

- [짬타스] 지도서 내용 다 반영했는데도 결과가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서 막막했겠네. 지금 대학생이니까 도서관 홈페이지 접속 가능하지? “교육적 지도서 개발 사례”라고 논문 한 번 검색해서 살펴볼래요?

어쩌면, 짬타스는 유진의 문제까지 조금은 해결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4장

유진과 리아는 이 일을 계기로 번호를 교환했다. 유진은 리아의 개인 신상을 묻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에게 딱 필요한 논문을 추천해주었기 때문에 수학교육 관련하여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리아가 추천한 논문은 일단 유진을 안심시켰다. 왜냐하면, 지도서가 수업 진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갖추고 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업지도안에 지도서의 내용을 모두 반영했다 하더라도, 원래 지도서에 담긴 지원이 부족하다면 지도안 역시도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유진이 수학과교재연구 과목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학점을 받았음에 대해 순전히 유진의 무능함을 탓할 일은 전혀 아니며, 다양한 지원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지도서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더 좋은 수업지도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논문은 지도서가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목적성을 분명히 가지고 만들어진 지도서를 교육적(educative) 지도서라고 명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핵심적인 정보, 즉 교육적 지도서를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는지는 알려주고 있지 않았다. 유진은 폰을 들어 메신저앱을 열었다.

타씅- 알려준 논문 읽어봤는데 꽤 좋더라구 히히 좀 어렵긴 했지만

잘됐다! 나도 그 논문 좋아해 ㅋㅋ

보니까 교육적 지도서가 있으면 엄청 유용할 것 같긴 한데

이거는 어디가야 구할 수 있는지 알아?

그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아쉽게도 아직 개발조차 어려운 단계라서

아……그렇구나

음…

우리가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잉???

유진은 수학과교재연구의 기말과제로 제출했던 통계 수업지도안을 보내주며 지도안의 작성에 참고한 지도서 정보도 리아에게 알려주었다. 며칠 뒤, 리아는 유진의 지도안이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말과 함께 지도안 개선을 위해 먼저 지도서를 교육적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하였다. 유진이 지도서를 개선한 뒤 리아에게 보내면 리아가 보강하여 지도서를 다시 개선하고, 그러면 둘이 합심하여 개선한 그 지도서를 활용해 유진이 처음 작성했던 수업지도안을 수정하자는 흐름이었다. 리아의 시간을 너무 뺏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유진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 염치 불구하고 리아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5장

유진은 책상에 앉아 리아가 보낸 첨부 파일을 열어보았다. 유진이 나름대로 개선한 지도서를 보낸 후 이틀만이었다. 일주일 전, 유진은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서 지도서 개선에 착수했었다. 수업지도안 작성이라면 모를까 지도서 개선은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조금은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 리아가 추천해 준 논문을 여러 번 찬찬히 읽어보는 것이 점차 감을 잡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논문은 교육적 지도서라면 담고 있어야 할 일곱 가지 영역을 소개하고 있었다. 먼저, 수학 내용학적 지식의 숙달에 도움을 주어야 하고, 학생의 수학적 사고 예상 및 이해를 도와야 하며, 수학 교과적 담화를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 평가의 활용에 대한 도움도 있어야 하고, 학생의 상태에 맞게끔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안내도 있어야 한다. 공학적 도구의 활용이 원활히 일어날 수 있게 해야하며, 수학적 공동체 형성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들 중 몇 가지는 즉시 반영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내용학적 지식의 숙달, 공학적 도구 활용, 생산적인 수학 공동체 형성 같은 영역은 비교적 보강이 수월했다. 선행 개념을 학생들이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발문을 제시하고, 엑셀 활용법을 단계별로 친절하게 설명하며, 옆 친구가 틀렸을 때 놀리지 않기라거나 틀린 답도 소중한 답변이므로 자신감 있게 말하기 등의 지침을 추가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조금 어려웠던 영역도 있었다. 교육적 지도서는 교사의 평가를 도와주어야 하는데, 이 통계 활동에 정량 평가가 과연 효과적일지 고민이 되었다. 결국, 정량 평가보다는 과정 중심의 평가를 통해 정성적 평가에 더 방점을 두도록 구성하기로 하였다. 또, 이렇게 하는 것이 개정 교육과정의 준거지향평가와도 결이 맞다는 생각도 있었다. 개인차를 고려한 지도 방안도 적용이 난해한 면이 있었다. 활동이 크게 복잡하지는 않아서, 특정 개념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교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생각해내는 정도로 마무리지었다. 수학적 담화 촉진의 필요성도 몹시 공감하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교사가 무엇을 해야 좋을지에 관해서는 발상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모둠마다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을 적어도 한 명씩 배치하여 구성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길 바랐다.

리아가 추가적으로 보강한 지도서를 살펴보며 유진은 감탄했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여기 저기에 더해져 있었다. 리아는 모둠 수업을 진행한 교사의 경험을 하나의 사례로 제시하였다. 유진이 제시한 대로 모둠을 구성했지만 학생들이 소통하고 협력하기보다는 한 명의 학생이 모든 과제를 다 해버리는, 그래서 생각대로 잘 진행되지 않았다는 그 사례가 유진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사례를 읽다보니 다양한 교실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평가에 관해서도 몇 명의 학생이 구두로 대답한다고 하여 전체 학생이 그 내용을 이해했다고 생각해도 괜찮은지 리아는 묻고 있었다. 유진도 어렴풋하게 짐작하고 있던 상황이지만 대처법을 잘 몰라 은근슬쩍 모른 척하고 있던 지점이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공학적 도구의 소개, 수업 목표의 의미, 수업 진행에 관해 예상 가능한 학생 반응과 그에 따른 교사의 적절한 발문 등 구체적인 지침과 고려사항 및 대안 등이 상당 부분 보강되어 있었다. 특히 학생 반응은 현장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유진이 생각해내기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리아 덕분에 다양한 교실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어 무척 유용했다.

이제 그 문제의 수업지도안을 수정할 차례였다. 유진은 자신이 생겼다. 왜냐하면 지도서를 보완하는 활동은 유진으로 하여금 교사의 입장에서 전문적인 수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논문에서 제시한 일곱 가지 영역을 직접 적용해보니 그 중 불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어보였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학과의 동기 및 선후배들과 함께 논문을 읽고 지도서 개선 작업을 해봐도 재밌을 것 같았다. 미래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유진은 지도안 파일을 열어 수정하기 시작했다. 수업 초반에 생산적인 모둠 활동 및 참여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대해 교사와 학생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추가했다. 모둠 활동도 보완하였고 교사의 발문도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지도안 이곳저곳에 적어두었다. 리아가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리아의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자료 조사나 연구 윤리도 다루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 사회 탐구 과목과의 융합 가능성도 언급해두었다. 모둠 활동 중 교사가 교실을 순회하며 무엇에 방점을 두고 학생들을 관찰할지, 그리고 모둠 활동이 교사의 의도와 달리 진행되어갈 때 어떻게 개입하면 좋을지에 관한 제안도 추가하였다. 활동을 빨리 마친 학생들을 위한 심화 문제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며칠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결과, 제법 만족할 만한 수업지도안이 나왔다. 리아가 지도서에 보강해 준 사항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해서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수정 전보다는 훨씬 괜찮은 지도안이었다. 유진은 다소 떨리는 마음을 안고 리아에게 지도안을 전송했다.

에필로그

1.

음식점에 들어서며 유진은 지도앱을 닫았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벽에는 인도의 홀리 축제인 듯한 사진이 크게 걸려있었다. 점원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며 유진은 생각했다. 리아언니가 이 인근 학교의 수학선생님이었다니.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점원이 메뉴판을 건네고는 테이블 위의 조명을 켜주었다. 조명은 유리병이며 천조각 등 각종 재료를 업사이클링하여 만들어서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다채로운 브리콜라주에 넋을 잃고 있으니-

“먼저 와있었구나. 주문 했어?”

리아언니다.

2.

유진은 탄두리치킨의 뼈를 분리해내며 물었다.

“근데 언니는 그 논문 어떻게 찾았어요?”

“요즘 동료들과 교육적 지도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거든.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영감을 준 게 유진이가 읽은 그 논문이에요.”

그렇구나. 현장에서 일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구나.

“확실히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니까 다른 논문들도 더 수월하게 읽히더라. 신기하지? 참, 유진이는 수업지도안 개선한 거 교수님께 보여봐드렸어요?”

잘 발라낸 살점을 꼭꼭 씹어삼키며 유진이 끄덕였다.

“응. 처음엔 귀찮아하지 않으실까 좀 걱정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교수님이 엄청 기뻐하셨어. 다음 학기 교재연구 강의 때 다른 학생들에게 내 지도안 보여줘도 되냐고 물어보셔서 그러시라고 했지.”

“그것 봐. 좋아하실 것 같다고 내가 그랬잖아. 너는 실습 가서도 잘 할거야.”

3.

음식점을 나와 운동화 끈을 단단히 고쳐 매며 리아언니가 제안했다.

“저기 피시방 있는데 던전 한 바퀴 돌고 갈래?”

“좋아! 근데 나 우선 퀘스트 하던 거 마저 하고. 아니, 통닭백사를 열 마리 잡아달래서 해줬더니 이제는 스무 마리를 잡아오래잖아!”

열을 내던 유진은 제법 결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벌써 열 세 마린가 잡았어. 조금만 더 잡으면 돼.”

“하하. 그거 다 잡으면 이제 오십 마리 잡아오라고 한다? 뭐, 퀘스트 완료 보상은 확실하니까. 통닭백사 잔뜩 있는 곳 아는데 거기 같이 가도 좋고. 어때?”

논의

본고는 소설적 글쓰기 기법에 대해 소개하고, 이 기법을 활용한 연구의 결과로 작성된 소설을 그 예시로 제공하였다. 예술 기반 연구나 소설적 글쓰기 기법 자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국내 논문은 비록 수학교육학계 밖이더라도 존재하기에 본고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실제 그 기법을 적용한 예시를 제공하였다. 본고는 여러 번의 죽음과 부활을 경험하였다. 그 과정에서 익명의 동료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익명의 동료들은 본고의 취지를 잘 이해하여 예술기반 연구와 소설적 글쓰기 기법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예술기반 연구와 소설적 글쓰기 기법이 익숙하지 않아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거나 본고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들은 본고에 대해 낯설음을 표현하면서 본고가 변칙사례임을 드러내주었다. 본고가 Table1의 사회정치적 전환기에 해당하는 연구이므로 변칙사례가 아니라고 주장한 동료도 있었으나, 이는 적절치 않다. 예술 기반 연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구 수학교육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만큼 주목을 받은 적이 없다. 따라서, 어떤 예술 기반 연구는 사회정치적 전환기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예술 기반 연구가 사회정치적 전환기에 해당하는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해당 표를 제시한 이유는 연구자들이 어떤 대상에 대한 이해 외에도 다양한 목적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현상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주지시키기 위해서이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통계적 기법을 적용한 연구를 마치 민속지학 연구를 심사하듯이 심사할 수는 없다. 예술기반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질 좋은 예술기반 연구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심사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예술기반 연구를 어떻게 심사할 것인가? 이 질문이 본고로 하여금 예술기반 연구의 유용함을 강력히 주장하기보다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게 만들었다. 예술에 대한 비평은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지만, 작가 외의 사람이 작가의 작품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 예술 기반 연구에 대한 심사는 어쩌면 동료 심사자의 비평문을 첨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적용한 연구를 심사하기 위해 각종 예술 대상의 심사자를 섭외해야 하는가?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한데, 심사자 개인의 구미에 맞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이 게재 불가 사유가 되는가? 반대로, 아무 글이나 쓰고 예술기반 연구라고 주장하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러한 화두들에 대해 우리 연구 공동체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어떤 동료는 예술 기반 연구를 질적 연구의 일환으로 보고, 본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료 수집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는 일견 이해가 가는 요청일 수 있는 것이, 질적 연구를 통해 현상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연구들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 본고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다르지만 말이다. 예술 기반 연구는 신뢰도의 제고에 관심이 없다. 회화를 보면서 그 회화가 실제 사물을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하는가를 유일하고 절대적인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소설과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그 작품들이 특정 현실을 다소 미흡하게 그려내거나 왜곡했을지라도 그 작품들이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에 더 방점을 둔다. 그러므로 예술 기반 연구는 기존 논문의 형식을 따를 필요가 없으며 독자에게 거짓이 아님을 해명할 필요도 없다. 학계 내외의 폭넓은 독자가 즐기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생산하여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면 목적이기 때문이다.

관심 환기에 관하여, 한 동료는 자신은 본고에 실린 소설에 조금도 공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였다. 그러면서 유진과 리아가 함께 개선한 지도서와 지도안을 구체적으로 소설에 담을 것을 요청하였다. 이는 전통적인 연구에서라면 적합하겠지만 본고의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본고는 학계 밖의 사람들도 비교적 편안하게 접근 가능한 읽을거리를 생산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적용한 연구의 장점은 폭넓은 독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활용하는 연구자 중에서는 자신의 글을 소설책으로 출간하기도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연구자가 하는 일이 소설 작가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설적 글쓰기 기법에 관심을 기울이는 수학교육 연구자가 많아질수록 수학교육에 대한 대중의 심도 있는 이해를 이끌어내는 데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발언을 해왔지만 정작 전문가의 발언은 누구에게 얼마만큼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 본 연구자라면 소설적 글쓰기 기법의 활용을 적극 고려해보기를 추천한다. 본고에서 연구 참여자와의 면담 내용과 개선 지도서 및 지도안을 직접 제시하기보다는 소설 속에 녹여서 가볍게만 제시한 것은 비전문가 독자들과 원활히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다. 연구자들이 보기에 본고의 소설은 한없이 가볍겠지만 이는 의도된 바이다.

본고는 적어도 두 가지 의미에서 실험적이다. 첫째, 본고는 객관성을 개의치 않는 연구 기법을 적용한 결과물(모험이 우리를 인도하는 끝에는)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본고는 명확한 주장을 하거나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를 거부하며, 대신 대화와 소통을 요청하고 있다. 본고는 심사를 통과하여 출간됨으로써 완성되지 않는다. 본고는 예술기반 연구를 우리 학계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촉진되었을 때 일차적으로 완성된다. 학술지의 목적이 연구자들 간의 소통에 있다면, 본고는 그 목적 달성에 더없이 충실하다. 따라서, 소설적 글쓰기 기법에 대해 의구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본고를 게재 승인한 뒤 더 많은 연구자들과 공유해야 마땅하다. 잠재적 괴물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든 끈질기게 다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공론장에서 이 잠재적 괴물의 처분에 대해 함께 논의함이 바람직한 것이다. 도전적인 논의를 담은 논문이 학계로부터 환영 받지 못한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학계 내부의 논의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학계의 외연 확장과 번영에 일조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왔다(Fennema & Hart, 1994; Gutiérrez, 2013; Lee & Park, 2020; Noh & Lee, 2016; Suh, 2020). 이들의 노력이 통한 것은 당시 학계의 공감을 얻기 힘든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고가 출간됨으로써 학계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큼을 알아봐 준, 선구안을 가진 동료 학자들 덕분일 것이다.

소설적 글쓰기 기법이 수학교육연구공동체에서 갖게 될 위치는 본고 내에서의 선언으로 정해질 수 없다. 대신,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활발한 토의에 의해 정해질 것이다. 수학교육학공동체는 소설적 글쓰기 기법을 괴물로 인지하고 배제할 수도 있다. 혹은 배제까지는 아니지만 연구자의 통찰이 상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섣부른 활용은 지양하도록 할 수도 있다. 아니면 해당 기법의 유용성을 온전히 받아들여 이 기법을 수학교육학의 주요 연구 기법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정해진 위치는 현 시점 이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것이며 다른 공동체 혹은 이 공동체의 미래 시점에서도 같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마치 증명이 언제든 반박될 수 있듯이 말이다(Lakatos, 1976b). 본고는 소설적 글쓰기 기법의 즉각적 환영을 촉구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학계가 이 기법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두고 다각도에서 접근하여 다양한 논의를 생산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과정에 있어 본고에 제시된 소설이 구체적 논의의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Yi (2022)는 “우리의 학문공동체가 자생적 해석모델을 적극적으로 성찰적,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공유하고 재구성함으로써 국제학술무대에서 한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하기를 고대하였다(p. 7). 이는 자동적으로 되지 않으며 “다양한 시도와 논의를 수용할 수 있는 학문공동체”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p. 7). 그러면서 “국내 학자들간에 그리고 후속세대 학자들에게 새로운 시도와 모형을 독려하는 선배학자들의 용기와 관용이 요구되는 일”임을 당부하였다(p. 8). 그렇게 된다면 국내 학계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실험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는 곧 “국제적 학문무대에서 타당성을 인정받는” 접근법이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하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p. 9). 본고는 Yi (2022)의 논의에 상당부분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은 끊임없이 그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 및 발전해왔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본고는 우리 수학교육학계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 이상의,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 하에 작성되었다. 다시 강조하자면, 소설적 글쓰기 기법의 학술적 연구 방법으로써의 정당성 주장은 본고를 작성하게 된 주요 동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소설적 글쓰기 기법의 소개가 수학교육연구의 목적과 그 방법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촉발하기를 바란다. 본고 작성의 주요 동기는 우리 수학교육학계의 활발하고 자유로운 방법론적 논의에 기여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본고는 우리 학계가 잔잔함을 유지하기보다는 생동감 있게 파도치며 더 크게 성장하고 확장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생동하는 가운데에 발생한 치열한 내부 논의를 통해 국내 훌륭한 수학교육학자의 이름을 딴 양질의 연구 기법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법이 전세계 수학교육학계 및 교육학계를 넘어 사회학 연구 전반 이상으로 널리 퍼질 날이 어서 오기를 고대한다.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1S1A5B5A17055451).

Appendix

소설에 영감을 준 면담 내용 일부 발췌본

1.

연구자: 연구에 지원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돼요?

참여자: 그냥 생각보다 조금 사소한 계기인데 올해 버킷리스트 중에 굉장히 잘 쓴 지도안을 써보기 이런 게 있어서 같이 그래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2.

연구자: 지도서를 보시면서 지도안을 작성을 하셨는데 지금 이 상태의 결과물에 대해서 1부터 10까지 나의 만족도를 표현한다면 어느 정도 만족하세요?

참여자: 7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일단 두 역량이 둘 다 드러나도록 하는 데까지는 성공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이제 그 학습지의 문항들도 보면 문항들이 상당히 비슷하게 구성이 돼 있어서 학생들이 좀 헷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교사가 얼마나 이제 이 수업의 목표와 각 항목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서 이제 교사의 역량에 좀 많이 의존을 해야 되는 지도안 것 같아서 지도안 자체로는 이제 완전히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3.

연구자: 수업지도안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 예비교사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도와주고 싶으세요?

참여자: 제가 그런데 도와줄 만한 그런 실력이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일단 큰 틀은 기존에 있는 지도안에서 짜는데 이제 지도안을 보고 내가 학생이라면 이런 수업에서 이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라는 걸 좀 고민해 보라고 할 것 같아요. 이제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 활동도 그렇고 그 교사 활동이나 지도상 유의점 부분도 학생의 입장을 좀 충분히 이해를 해야 잘 작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학생 입장부터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4.

참여자: “생각해 보기”가 이제 의사소통을 염두에 두고 쓴 부분이기 때문에 활동지에 이 각각의 질문들에 대해서 그 논문 내용을 반영해서 교사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야 될지를 밑에 추가를 했는데 일단 첫 번째로 표본 평균과 표본 평균의 평균 중 어느 쪽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이제 이 질문을 제가 왜 넣었냐면 학생들이 의외로 여기도 평균이라는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표본 평균의 평균이랑 표본 평균의 개념을 헷갈리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그래서 이런 이런 것 때문에 오개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가 표본 평균의 말 뜻을 다시 한 번 풀어서 설명을 해준다고 이제 그 방침을 씀으로써 학생의 사고를 예상하는 측면을 추가를 했고요. 그 다음에 여기 두 번째 세 번째를 보시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보자 본인의 생각을 써보자 이런 내용들이 있는데 사실 이렇게 그냥 쓰기만 한다고 그냥 수학적 사고가 바로바로 촉진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가 수학적 사고를 촉진하기 촉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사실 근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촉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서 그냥 여기서는 촉진하기 위해까지만 써놨습니다.

5.

참여자: 보내주신 [재수정 지도서] 보고 솔직히 진짜 감탄했는데 이런 것까지 진짜 전혀 생각을 못했다, 이런 게 너무 많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한 활동 안에 그거를 넣기가 쉽지가 않았고 그리고 뭔가 공학적 도구를 쓰면서 좀 최대한 좀 편의성도 고려하고 효율성도 고려를 하면서 내용 요소도 많이 들어가게 하고 싶은데 그걸 이제 에서 오프라인 수업을 가정하고 하려니까 쉽지가 않았어요. 그러면 이제 뭔가 내용을 많이 집어넣으려고 하면 공학적 도구나 플랫폼 같은 거를 막 두세 개씩 써야 될 것 같은데 그러면 이제 오히려 학생들한테 혼란이 올 수도 있고 뭐 그런 것 때문에 기대만큼은 잘 안 나왔어요.

6.

참여자: 교사가 발문을 많이 던지고 하는 것도 있고 그리고 이번에 모둠 활동인데 지도서 보완해 주셨을 때 보내주신 거에 그 내용이 있었잖아요. 상위권 학생이 그냥 답답해갖고 자기 혼자 해버릴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를 좀 방지하기 위해서 나 혼자 잘하는 건 모둠 활동이 아니다, 이런 거를 넣고 나머지는 이제 학생 참여형 수업에서 좀 수학적 의사소통을 독려하기 위해서 틀린 답을 말할 수 있어도 좀 우울쭈물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써봤습니다.

7.

참여자: 사회 탐구 같은 것도 넣었어요. 자료 조사라든지 그런 내용을 배우니까 넣었어요. 연구 윤리 같은 거는 사회탐구 쪽에서 배우는 거라서.

8.

연구자: 이런 류의 활동을 하는 게 선생님이 봤을 때 교사로서의 전문성 신장에 어떻게 혹은 어느 만큼 도움이 될까요?

참여자: 그 지도서를 보완해 보는 활동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비 교사 입장으로서는 진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을 하는 게 보통 예비교사들은 학교에서 수업해볼 기회가 없잖아요. 해봐야 그냥 학원에서 약간 정해져 있는 수업 같은 것만 해보고 아니면 그냥 좀 기존에 있는 지도서만 해갖고 수업 시간 간단하게 해보는 정도밖에 안 돼서 그거를 이제 교사의 입장에서 최대한 전문적인 수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생각해 볼 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http://dam.zipot.com:8080/sites/JKSMEA/images/JKSMEA_2022_11_02_image/Appendix_JKSMEA_61_04_02_A1.png

(출처: 배종숙 외(2019), 확률과 통계: 교사용 지도서. 금성출판사, p. 168)

교육과정 자료 재개선본(re-revised educative curriculum material) 일부

선행 개념: 모집단, 표본, 표본 추출, 모평균, 표본평균

* 학생들이 선행 개념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발문을 통해 확인한다.

적용된 원리: 수학 내용학적 지식(단원의 흐름), 학생의 사고 예측

학생들이 선행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으면 본 활동에 참여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학생들의 숙지 정도를 확인할 때, 몇 명의 학생이 숙지했음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그 정도의 이해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 여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수업을 하는 교실의 전체적인 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학생들의 이해 정도를 파악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주요 개념을 언급하며 이들 중 복습을 원하는 개념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주요 개념을 알아야 답을 제대로 찾을 수 있는 문제를 주어 정답의 비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혹은 개념어를 제시하고 그 개념어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공유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이 외의 방법도 있겠습니다. 어떤 방법을 통해 선행 개념 숙지 정도를 파악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그 방법을 적용했을 때의 구체적인 교실 상황을 예측하여 봅시다.

모든 학생이 선행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아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본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은 선행 개념을 복습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본 활동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개념에 대한 복습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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